인가과정

전법선사님의 오도송과 전강선사님으로부터의 인가과정

제 1 오도송

此身運轉是何物
疑端汨沒三夏來
松頭吹風其一聲
忽然大事一時了

何謂靑天何謂地
當體淸淨無邊外
無內外中應如是
小分取捨全然無

一日於十有二時
悉皆思量之分別
古佛未生前消息
聞者卽信不疑誰

이 몸을 끄는 놈 이 무슨 물건인가?
골똘히 생각한 지 서너 해 되던 때에
쉬이하고 불어온 솔바람 한 소리에
홀연히 대장부의 큰 일을 마치었네

무엇이 하늘이고 무엇이 땅이런가
이 몸이 청정하여 이러-히 가없어라
안팎 중간 없는 데서 이러-히 응하니
취하고 버림이란 애당초 없다네

하루 온종일 시간이 다하도록
헤아리고 분별한 그 모든 생각들이
옛 부처 나기 전의 오묘한 소식임을
듣고서 의심 않고 믿을 이 누구인가!

 

대원 문재현 선사님의 스승이신 불조정맥 제77조 조계종(曹溪宗) 전강(田岡) 대선사님께서 1962년 대구 동화사의 조실로 계실 당시 대원 문재현 선사님께서도 동화사에 함께 머무르고 계셨다.
하루는, 전강 대선사님께서 대원 선사님의 3연으로 되어 있는 제1오도송을 들어 깨달은 바는 분명하나 대개 오도송은 짧게 짓는다고 말씀하셨다. 이에 대원 선사님께서는 제1오도송을 읊은 뒤, 도솔암을 떠나 김제의 들판을 지나다가 석양의 해와 달을 보고 문득 읊었던 제2오도송을 일러드렸다.

* 오도송(悟道頌) :선승이 자신의 깨달음을 읊은 선시()를 이르는 말.
* 인가(印可,認可) : 스승이 제자의 깨달은 바를 증명하는 것.
* 공적(空寂) : 공(空)은 색과 공을 초월한 경지요, 적(寂)은 일어나고 스러짐이 없는 경지이다.
* 영지(靈知) : 근원체성에 이미 갖추어진 본연의 지혜.

제 2 오도송

 

日月兩嶺載同模
金提平野滿秋色
不立大千之名字
夕陽道路人去來

해는 서산 달은 동산 덩실하게 얹혀 있고
김제의 평야에는 가을빛이 가득하네
대천이란 이름자도 서지를 못하는데
석양의 마을길엔 사람들 오고 가네

 

제2오도송을 들으신 전강 대선사님께서는 이에 그치지 않고 그와 같은 경지를 담은 게송을 이 자리에서 즉시 한 수 지어볼 수 있겠냐고 하셨다. 대원 선사님께서는 곧바로 다음과 같이 읊으셨다.

 

 

岩上在松風
山下飛黃鳥
大千無痕迹
月夜亂猿啼

바위 위에는 솔바람이 있고
산 아래에는 황조가 날도다
대천도 흔적조차 없는데
달밤에 원숭이가 어지러이 우는구나

 

전강 대선사님께서는 위 송의 앞의 두 구를 들으실 때만 해도 지그시 눈을 감고 계시다가 뒤의 두 구를 마저 채우자 문득 눈을 뜨고 기뻐하는 빛이 역력하셨다.
그러나 전강 대선사님께서는 여기에서도 그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물으셨다.
“대중들이 자네를 산으로 불러내고 그 중에 법성(향곡 스님 법제자인 진제 스님. 나중에 법원으로 개명)이 달마불식(達磨不識) 도리를 일러보라 했을 때 ‘드러났다’고 답했다는데, 만약에 자네가 당시의 양무제였다면 ‘모르오’라고 이르고 있는 달마 대사에게 어떻게 했겠는가?”
대원 선사님께서 답하셨다.
“제가 양무제였다면 ‘성인이라 함도 서지 못하나 이러-히 짐의 덕화와 함께 어우러짐이 더욱 좋지 않겠습니까?’ 하며 달마 대사의 손을 잡아 일으켰을 것입니다.”
전강 대선사님께서 탄복하며 말씀하셨다.
“어느새 그 경지에 이르렀는가?”
“이르렀다곤들 어찌 하며, 갖추었다곤들 어찌 하며, 본래라곤들 어찌 하리까? 오직 이러-할 뿐인데 말입니다.”
대원 선사님께서 연이어 말씀하시자 전강 대선사님께서 이에 환희하시니 두 분이 어우러진 자리가 백아가 종자기를 만난 듯, 고수명창 어울리듯 화기애애하셨다.
달마불식 공안에 대한 위의 문답은 내력이 있는 것이다. 전강 대선사님께서 대원 선사님을 부르기 며칠 전, 저녁 입선 시간에 노장님 몇 분만이 자리에 앉아있을 뿐 자리가 텅텅 비어 있었다고 한다.
대원 선사님께서 이상히 여기고 있던 중, 밖에서 한 젊은 수좌가 대원 선사님을 불렀다. 그 수좌의 말이 스님들이 모두 윗산에 모여 기다리고 있으니 가자고 하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따라가셨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법성 스님이 보자마자 달마불식 법문을 들고 이르라고 하기에 지체없이 답하셨다.
“드러났다.”
곁에 계시던 송암 스님께서 또 안수정등 법문을 들고 물었다.
“여기서 어떻게 살아나겠소?”
대뜸 큰소리로 이르셨다.
“안․수․정․등.”
이에 좌우에 모인 스님들이 함구무언(緘口無言)인지라 대원 선사님께서는 먼저 그 자리를 떠나 내려와 버리셨다.
그 다음날 입승인 명허 스님께서 아침 공양이 끝난 자리에서 지난 밤 입선시간 중에 무단으로 자리를 비운 까닭을 묻는 대중공사를 붙여 산중에서 있었던 일들이 낱낱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리하여 입선시간 중에 자리를 비운 스님들은 가사 장삼을 수하고 조실인 전강 대선사님께 참회의 절을 했던 일이 있었다.
전강 대선사님께서는 이때에 대원 선사님께서 달마불식 도리에 대해 일렀던 경지를 점검하셨던 것이다.
이런 철저한 검증의 자리가 있었던 다음 날, 전강 대선사님께서 부르시기에 대원 선사님께서 가보니 주지인 월산(月山) 스님께서 모든 것이 약조된 데에서 입회해 계셨으며 전강 대선사님께서는 곧바로 다음과 같이 전법게(傳法偈)를 전해주셨다.

전법게

 

佛祖未曾傳
我亦何受授
此法二千年
廣度天下人

부처와 조사도 일찍이 전한 것이 아니거늘
나 또한 어찌 받았다 하며 준다 할 것인가
이 법이 2천년대에 이르러서
널리 천하 사람을 제도하리라

 

덧붙여 이 일은 월산 스님이 증인이며 2000년까지 세 사람 모두 절대 다른 사람이 알게 하거나 눈에 띄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만약 그러지 않을 시에는 대원 선사님께서 법을 펴나가는 데 장애가 있을 것이라고 예언하셨다. 또한 각별히 신변을 조심하라 하시고 월산 스님에게 명령해 대원 선사님을 동화사의 포교당인 보현사에 내려가 교화에 힘쓰게 하셨다.
대원 선사님께서 보현사로 떠나는 날, 전강 대선사님께서는 미리 적어두셨던 부송(付頌)을 주셨으니 다음과 같다.

부송

不下御床對如是
後日石兒吹無孔
自此佛法滿天下

어상을 내리지 않고 이러-히 대한다 함이여
뒷날 돌아이가 구멍 없는 피리를 불리니
이로부터 불법이 천하에 가득하리라

 

위의 송의 ‘어상을 내리지 않고 이러-히 대한다 함이여’라는 첫째 줄 역시 내력이 있는 구절이다.
전에 대원 선사님께서 전강 대선사님을 군산 은적사에서 모시고 계실 당시 마당에서 홀연히 마주쳤을 때 다음과 같은 문답이 있었다.
전강 대선사님께서 물으셨다.

“공적(空寂)의 영지(靈知)를 이르게.”
대원 선사님께서 대답하셨다.
“이러-히 스님과 대담(對談)합니다.”
“영지의 공적을 이르게.”
“스님과의 대담에 이러-합니다.”
“어떤 것이 이러-히 대담하는 경지인가?”
“명왕(明王)은 어상(御床)을 내리지 않고 천하 일에 밝습니다.”
위와 같은 문답 중에 대원 선사님께서 답하신 경지를 부송의 첫째 줄에 담으신 것이다.

전강 대선사님께서 대원 선사님을 인가(印可)하신 과정을 볼 때 한 번, 두 번, 세 번을 확인하여 철저히 점검하신 명안종사의 안목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에 끝까지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명철하셨던 대원 선사님께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법열로 어우러진 두 분의 자리가 재현된 듯 함께 환희용약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가 사실 내용 

전 불국사 조실이신 월산 선사님께서는 생전에 대원 문재현 선사님과 방문하여 문답하거나 서신거래를 하며 돈독히 지내오셨습니다. 월산 선사님께서 20년 이상 연하인 대원 문재현 선사님과 이렇게 긴 세월을 교우해 오신 인연은 위의 인가과정에서 밝혔듯이 전강 대선사님께서 후일 대원 선사님의 인가를 증명하는 일을 명하셨기 때문입니다.

월산 선사님께서는 1995년 광주 삼원선원 준공 법회 때 인가사실은 물론 당시의 문답과 전법게, 부송까지 자세히 공개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대원 선사님께서 당시에 전강 대선사님께서 말씀하신 2000년에 이르지 않았기에, 이를 극구 말리셨습니다. 결국 광주 삼원선원 준공법회 때에는 월산선사님께서 법상에 앉아 증명해 주시는 가운데 사회자가 전강 대선사님께서 대원 선사님을 인가하신 사실만을 공개하였습니다.

그래서 법문 마지막의 '내가 83세의 노구를 이끌고 여기까지 온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아주 대단히 칭찬하려고 왔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대원 거사님을 의지해서 앞으로 불법을 성취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씀으로 전법게와 부송을 전부 밝히지 못한 아쉬움을 대신하셨습니다.

또한 1997년 열반에 드시기 한달전 병문안 차 대원 선사님께서 방문하셨을 때, 시자인 종우스님이(현 불국사 주지) 있는 자리에서 “이 분은 광주의 살아있는 부처다. 이 분의 가르침을 받아 정법공부를 하기 바란다.” 라고 하여 다하지 못한 바를 부촉하시고 한달후 열반에 드셨습니다.

2,000년이 되어 전강 대선사님께서 대원 선사님께 내리신 전법게와 부송이 전격적으로 대원 선사님의 모든 서적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이로써 경허, 만공, 전강 대선사님으로 내려온 근대 대선지식의 정법의 횃불이 이 시대에 이어져 전강 대선사님의 예언대로 불법이 천하에 가득할 것입니다.